경소경은 그녀 자리를 지나치자 일부러 책상을 두들겼다. “신입, 앞으로 잘 해봐요.” 그녀는 웃고 싶었지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네 대표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경소경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갔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2분정도 지나자 진몽요는 문자를 받았다. “감히 날 대표님이라고 불러요?” 그녀는 ‘메롱’ 이모티콘을 하나 보내고 폰을 가방 안으로 넣었다. 지금은 근무시간이니, 폰을 너무 많이 하는 건 좋지 않았다. 큰 회사라서 그런지, 분위기나 모든 것들이 작은 회사보다 훨씬 좋았다. 바쁘고 긴장간 넘치는 것 빼고는 흠잡을 게 없었다. 그녀는 인사팀 매니저가 경소경의 사무실로 들어간 걸 주의하지 못 했다. 경소경은 봄바람을 맞은 듯 기분이 좋아보였다. “내가 시킨 거 눈치 못 챘지?” 인사팀 매니저는 대답했다. “물어보긴 하셨어요. 살짝 의심하신 것 같았는데, 제가 잘 넘겼습니다. 제 태도가 안 좋을수록 더 기분이 좋아보이셔서…” 경소경은 고래를 끄덕였다. “저 사람 머리로는 거기까지 생각 못 할거야, 잘 했어. 앞으로 사모님 될 사람이니 잘 챙겨줘. 나가봐.” 매니저는 속으로 이렇게까지 자기여자한테 할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는 대답을 하고 사무실을 떠났다. 경소경은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 ‘그 망할 회사, 3일 안에 없애버려.’ 진몽요가 화나 나서 그렇게 억울하게 울던 모습을 생각할수록 그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의 여자들 건들였으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했다. 그런 작은 회사는 어차피 오래 못 가니까 지금 망해도 나쁠 게 없었다. 점심시간.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다 밥을 먹으러 나갔다. 진몽요는 이때 몰래 경소경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경대표님~ 점심 뭐 드세요? 구내식당에서 드시나요? 아니면 나가서 드시나요? 같이 드실래요?” 경소경은 그녀를 귀여워했다. “장난 그만쳐요.” 진몽요는 그와 사귄지 좀 되더니 더 능청스러워졌다. “네네, 장난 좀 치면
진몽요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의 앞에 서는 건 말 할 필요도 없고, 그의 위에 올라탄다고 해도 그는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대충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감사해요…” 오후 3시쯤. 진몽요가 졸고 있을 때 하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몽요야, 우리 회사에 출근한거야? 소경이가 너 여기 안 오고 싶어 한다고 했는데 드디어 왔구나. 내가 말했잖아, 다른 사람 회사는 자기집 회사보다 못한다고. 내가…”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진몽요는 정신이 들어 그녀의 입을 막았다. 두 사람은 동시에 당황했꼬, 진몽요는 식은땀이 흘렀다. 지금 내가 뭘 한거지? 립스틱을 바른 미래 시어머니의 입을 꽉 막고 있고, 아마 립스틱은 다 번졌을 것이다. 망했다… 그녀는 얼버무리며 말했다. “어머님… 괜찮아요. 제가 경대표님이랑 말했는데 저한테 뭐 따로 안 해주셔도 되요.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인맥 쓰는 거 원치 않아요.” 하람이 아직도 당황해 있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뗐다. 그리고 손바닥에는 선명한 빨간색 립스틱이 묻어 있었다… 잠시 후에 하람은 정신이 돌아왔다. “그렇구나… 그래, 그럼 잘 해봐. 난 일이 있어서 소경이한테 가볼게. 저녁에 집에서 밥 먹니?” 진몽요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움직였다. “그건… 경대표님한테 물어보시면 될 것 같아요…” 더 얘기하면 들통날 것 같았다. 주위에 눈이 이렇게 많은데, 방금 한 행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사장의 어머니 입을 막은 것이었다. 하람이 가고, 좀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를 붙잡은 동료 직원이 안 쓰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따. “경대표님 앞에 대담하게 서지를 않나, 이제는 사모님 입까지 막아버리다니 대단하네요. 아는 사이죠? 방금 사모님이 자기집 회사 어쩌고 하신 거 같은데… 혹시…” 진몽요는 황급히 부인했다. “아니에요… 경대표님이랑 목정침이랑 절친이잖아요? 목대표님 알죠? 목대표 와이프 온연이 제 친한 친구예요. 오래 알
하람의 입가에 드디어 미소가 번졌다. “네가 내 생각해줄 줄 알았어. 널 고생하며 키운 게 헛된 일은 아니구나. 엄마 체면 생각해서라도 아버지한테 그러지 마. 그 사람도 너처럼 자존심 쎈 사람이야. 그럼 나 먼저 갈게, 너랑 몽요 약혼하는 일 도움 필요하면 말하고. 난 평소에 안 바쁘니까.” 경소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 “이따가 나가면서 몽요한테 인사할 때 너무 티 내지 마세요. 다 들통나면 저만 죽어요.” 하람은 쿨하게 오케이했다. 직원들 자리를 지나칠 때 그녀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냈다. “나 먼저 갈게, 일 열심히 하고.” 진몽요는 일어나서 배웅했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오후 퇴근시간. 경소경은 길가에서 진몽요를 픽업하고 경가네 공관으로 향했다. 평소와 가는 길이 다른 걸 진몽요는 알아챘다. “어머니네 가서 밥 먹게요?” 경소경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응.” 진몽요는 그의 기분이 왜 안 좋은지 알자 그가 평소에 그녀를 대하듯이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집에 가는 거잖아요. 좀 즐겁게 가요, 내가 있잖아요!” 집 얘기를 하고싶지 않은 경소경은 화제를 돌렸다. “온연한테 고모랑 할머니 있는 거, 당신 몰랐죠? 며칠전에 찾아와서, 그 고모라는 사람이 할머니를 두고 간 모양이에요. 정침이가 온연을 제도로 돌아오게 하려고 그 할머니를 목가네로 데려왔어요. 당신도 아마 온연이랑 금방 만나게 될 거예요.” 진몽요는 그제서야 왜 온연이 그 날 영상통화를 걸었는지 알았다. 그녀는 피곤해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아마 그때 온연은 많이 황당했을 것이다. 그녀의 기억속 학창시절의 온연은 늘 불쌍하기 짝이 없었는데, 가족이 있었다니. 고아여서 목정침에게 입양된 거 아니였나? 그녀는 순간 모든 게 이해되지 않았다. “진짜예요? 사칭 아닐까요? 목가네 돈 때문에요.” 경소경은 웃었다. “언제부터 그런걸 의심했어요? 진짜인지 아닌지는 정침이가 미리 알아봤겠죠. 온연한테 가족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정침
경가네 공관. 하람은 이미 주방에 시켜 한상 가득 맛있는 음식들을 차려 놓았다. 대부분의 음식들은 진몽요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진몽요는 식탁을 보며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건 매우 좋은 일임을 느꼈다. 그녀의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어 주었다. 경성욱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고 경소경은 당연히 그의 행방을 묻지 않았다. 진몽요는 하람에게 물었다. “어머님, 아버님은 어디계세요? 아직 안 오셨나요?” 하람은 경소경의 눈치를 봤다. “서재에 있을거야 아마… 소경이가 만나면 기분 안 좋을까봐 숨어 있는 것 같아. 내가 말했는데도 소용없네. 몽요야, 네가 소경이랑 같이 가서 불러올래?” 경소경은 계속 고집을 피웠다. “난 안가요, 꼭 밥 먹어 달라고 부탁하는 거처럼. 먹을거면 내려오고 안 먹을거면 말겠죠.” 진몽요는 슬쩍 그의 발을 밟았다. “무슨 말이에요? 아까 오는 길에 나랑 얘기했잖아요. 얼른요, 같이 가요!” 경소경은 진몽요를 거절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함께 올라갔다. 서재 앞, 그는 들어갈 생각이 없었는지 문 앞에 서 있었고 진몽요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고 문을 두들겼다. “아버님, 식사하세요. 저랑 소경씨 왔어요.” 경성욱은 빠르게 서재 문을 열었고 얼굴엔 선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래, 금방 내려가마.” 경소경은 바로 뒤를 돌아 내려갔고, 진몽요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따라 내려갔다. 경성욱은 바로 내려와 자리에 앉았고, 다같이 앉으니 마치 화목한 가족 같았다. 하지만 사실상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고 왠지 모르게 오묘했다. 진몽요는 분위기를 어떻게 띄울지 몰라 고개를 숙인 채 젓가락만 씹고 있었다. 만약 앞으로 여기서 식사할 때 매번 이런 분위기라면 그녀는 다시 오고싶지 않았다… 하람은 진몽요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 “몽요야, 앞으로 소경이랑 자주 오렴.” 그녀는 지금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진몽요 밖에 없었다. 만약 진몽요가 중간에 없었더라면, 경성욱과 경소경이 한 식탁에서 밥 먹는 일은 아마 없었을거다.
그가 아무 말도 안 하자 진몽요는 짜증이 났다. 지금 그의 모습은 평소답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극도로 좋아하지 않았다. 마치 그때 두 사람이 다퉜을 때처럼, 헤어지기 직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그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녀를 위해서 아버지를 당장 용서 해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그거 조금 더 참을 수 있는 인내심만 있다면, 적어도 만났을 때 모든 사람이 불쾌하진 않을 것이다. 네 가족중, 유일하게 그녀만 외부인이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불편한 건 당연하고, 심지어 긴장까지 되는 와중에 이런 차갑고 어색한 분위기까지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당황하고 주눅들어 다시 이곳에 와야하나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눈 앞에 이 남자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두 사람은 곧 약혼할 예정이니, 그가 마음속에 앙금을 다 버리고, 깔끔하게 과거를 잊은 해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바랄 뿐이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노력이 다 사라진 것만 같았다. 어떻게 노력해고, 소용이 없었고 경소경은 하필 그녀와 이런 얘기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녀는 침묵을 싫어한다. 다들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대화는 인간의 원초적은 교류방법이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경소경씨! 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당신 기분은 이해되는데, 당신도 나를 좀 이해해 줄 수 없어요? 천천히 하면 되잖아요. 아버님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모르는 사람이랑 밥 먹을 때 그런식으로 자리 뜨는 거 아니잖아요? 난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적어도… 같이 밥 먹을 때 이렇게 어색한 상황 만들지 않으면 안돼요?” 경소경은 너무 짜증이 나서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았고 진정한 뒤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이 일 당신이 신경 쓰지 마요. 난 원래 여기 올 생각 없었어요.” 진몽요는 살짝 억울했다. 분명 오는 길에 다 얘기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즐거워 보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태도가 바뀌었다. 그는 지
경소경은 잠깐 멈춰 눈을 내리깔고 감정을 추스렸다.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사과 드릴게요, 당신 앞에서. 그럼 돼요?” 진몽요는 그가 무슨 생각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혹시라도 그가 원하지 않는데 오직 그녀를 달래주기 위해서 그런 거일까봐 걱정됐다. “그…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그런데 어머님한테 전화는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그는 아무 대답 없이 하람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폰과 차는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어, 진몽요가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보세요? 소경아…” “엄마, 죄송해요. 아까는 이성을 잃었나 봐요. 다음엔 안 그럴게요.” “괜찮아… 난 이해해. 아버지가 그림에 너무 열정을 보여서 그게 싫었던거지? 그래도 한 평생을 바치신 일이니 완전히 버릴 수는 없겠지. 난 네가 그 사람한테 잘해주는 걸 바라는 게 아니야. 그렇지만 엄마를 봐서라도 사이 좋게 지내자, 응? 방금처럼 행동하면 몽요도 난처했을 거야. 이제 넌 어린애가 아니잖아. 연애 한 두 번도 아니고. 상대방 생각해줄 줄도 알아야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해주는 건 늘 옳은 일이야. 그래, 얼른 들어가서 쉬렴. 난 괜찮아.” 경소경은 숨을 들이 마셨고, 즐거운 날들이 아닌 앞으로 짜증날 날들만 눈 앞에 아른거렸다. ”네, 알겠어요.” 전화가 끊기자 차에는 침묵만 남았고 한참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몽요는 비록 그가 쫓아와서 그녀에게 사죄하고 달래 주었지만 그의 기분은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그는 잠시동안 좋지 않은 기분을 참고 있을 뿐이었다. 식탁에서 그 대화주제를 꺼낸 건 그녀였고, 앞으로 또 말 실수를 해서 그의 심기를 건들일까 무서웠다. 결국 경소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 집으로 가요. 집으로 가지 말고. 오늘 저녁은 혼자 싫은데, 그래줄거죠?” 진몽요는 거절하지 못했지만 망설였다. “아니면… 오늘만 당신 집에 안 가는 거 어때요? 다들 기분 안 좋으니까 각자만의 시간을 갖는거죠. 자고 일어나면 다
하람은 소파에 앉았다. “서두를 필요 없어. 설마 네 월급이라도 깎겠니? 어제 저녁 일은 고마웠어. 네가 분명 소경이한테 한마디 했겠지. 아니면 걔가 전화해서 사과하지 않았을 거야. 사실 걔 탓만 할 수는 없는데 말이야.” 진몽요는 방금 일어나서 아직도 멍한 상태였다. “어… 아니에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갑자기, 하람의 표정이 변했고 손을 뻗어 소파 밑에 깔린 옷 한 벌을 끄집어냈다. “이거…” 진몽요는 온 몸이 굳었다. 만약 그녀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밑에는 옷 말고도… 다른 사람이 보면 안되는 것들이 더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그녀는 다가가 옷을 뺏었다. “죄송해요, 집이 더러운데 제가 아직 청소를 못 했거든요! 어머님도 바쁘신데 저까지 보러 오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괜찮아요. 소경씨도 잘 지내고 있고요. 저 먼저 씻고 곧 나가 볼게요.” 하람은 어색한 기색을 꾹 참았다.”어… 그래 그럼. 나도 가볼게. 괜찮아, 난 아무것도 못 봤어. 젊은 사람들이니까 그럴수도 있지. 너무 무안해 하지 않아도 돼. 난 가족인데 뭐. 내가 가져온 과일 회사에 잘 챙겨가.” 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이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할 수만 있다면 쥐구멍 안으로 숨고 싶었다. 아니, 일단 숨기 전에 경소경을 먼저 패고 싶었다! 그녀야 말로 옷을 막 던지는 습관이 없었고 모두 그의 짓이었다. 하람이 가고 나서 그녀는 긴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준비를 하고 회사로 향했다. 점심시간. 사무실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녀는 바로 경소경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는 자리에 없었고 그녀는 과일과 음식을 그의 책상에 올려 놓았다. 자리에서 나서려는 그 순간, 문 앞에서 호기심 많은 누군가가 머리를 내밀었다. “뭐해요? 경대표님한테 먹을 거 주는 거예요? 와… 그런 거 아니죠? 설마 대표님 짝사랑 중이에요?” 진몽요는 누군가에게 들킬 줄 몰랐다. “그런 거 아니에요. 어머님이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헛소리 그만 하세요.” 동료A는 중얼거
경소경은 이 일이 심각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맞춰봐요.” 진몽요는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맞추라고요? 내가 오후내내 이것 때문에 화나 있었는데 맞추라고요? 됐네요! 그래서 무슨 사이예요?” 경소경은 웃으며 말했다. “ㅎㅎ…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내가 예전에 아무리 놀았다지만 주변 사람은 절대 안 건들여요. 그 A한테 가서 물어봐요. 내가 밖에서는 잘 노는 거 사람들 다 아는데 회사에서 여직원을 가까이한 적은 절대로 없어요. 유비서가 예쁘기도 하고 몸매도 좋지만, 아쉽게도 비서니까 어쩔 수 없었…” 그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진몽요는 그를 때렸다. “이 나쁜 자식! 아쉽긴 뭐가 아쉬워요. 주변 사람 안 건들인 다면서 이순은 뭐예요 그럼?” 이순 얘기가 나오자 경소경의 표정은 살짝 굳었다. “맞아요. 걔 때문에 내 신념이 깨졌어요,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이 온거죠.” 진몽요는 아직도 화가 났지만 그의 표정이 변하자 더 이상 때리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여기 안 올 걸 그랬어요. 맨날 당신을 호시탐탐 노리는 여자들이랑 경쟁해야 하잖아요.” 경소경은 몸을 틀어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해주었다. “알았어요. 그러니까 더 화내지 말아요. 내일 바로 남자 비서로 바꿀게요. 그런데 유비서는 바로 자르긴 힘들어서 다른 계열사로 보낼게요. 이런 건 다 사소한 일이예요. 예전에는 내가 바람둥이였지만 그것도 다 과거일 뿐이에요. 앞으로 나한테는 당신 밖에 없고 당신한테만 설레요. 그럼 된거잖아요?’ 그가 이렇게 쿨하니 진몽요는 자신이 너무 호들갑을 떨었나 싶어 누그러졌다. “그게 되겠어요? 겉으로는 신사 같아 보여도 뼛속까지 바람둥이 같은데… 그리고 어제 밤 일 아직도 결판 못 냈거든요. 당신 때문에 소파에 버려진 옷 어머님이 직접 보셨어요. 내가 그 순간에 얼마나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는지 알아요? 아침에 나 깨워주지도 않고, 하마터면 무단결석 처리될 뻔했잖아요.” 경소경은 그녀의 볼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